“지금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올해 특별전은 바로 이 질문에서 태어났다. 이는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밍 방향성을 정하고, 영화와 관련된 결정을 하는 모든 회의마다 제기되는 질문이다. 한국영화라는 세계에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은 가장 독립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영화(cinema)에서 ‘독립'은 단순히 자본이나 제작 방식뿐만 아니라 미적 선택도 포함된다. 이 두 가지는 일반적으로, 어쩌면 예전에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었다.
영화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문화와 예술에 관련된 수많은 이슈로 인해 현재 영화제들은 대부분 비슷해져 가고 있으며, 그 변화의 과정에서 스스로 이룩하고 근원적으로 만들어온 정신을 점차 포기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제를 순회하는 영화들은 영화제의 성격보다는 세일즈사의 편의에 따라 어떤 영화제를 갈 것인지 결정한다. 얼마 전 칸영화제 소셜 미디어 계정은 칸에서 공개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 상을 탔는지 그 수를 공개했다. 이는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세계도 매우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는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는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섹션을 준비한 또 다른 요소는, 위와 같이 영화제들의 차별점이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갓 데뷔한 신인부터 널리 알려진 유명한 감독까지 그들은 몇 년을 바쳐 돈을 찾아다닌다. 오늘날 영화인들의 직업은 돈을 찾는 데 헌신하는 게 우선과제이고 이후 실제 가장 중요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후과제로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은 독립영화가 이제 스튜디오에서 구매되는 시대이고, 스튜디오가 제작비의 몇 배가 되는 돈을 홍보를 위해 투자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다시 말해,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이 홍보를 위해 쓰이고, 이로 인해 “독립”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시장에 제공할 또 다른 브랜드가 된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서 소개되는 제작사와 감독 들은 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이들이다. 혹은 최소한 그들의 행보는 영화계에 다른 경로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도록 돕는다. 그렇기에 이 특별전의 제목은 ‘가능한 영화를 향하여 Possible Cinemas'이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감독은 대부분 신작을 제작했고, 서로 공통점도 많다. 첫째, 영화 제작에 있어 절대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둘째, 작가로서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구축해 표식을 남겼다. 셋째, 다작을 한다. 즉, 외부 프로듀서를 찾거나 돈을 좇으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자신의 작업과 예술을 추구하면서 얻는 기쁨을 분명히 표현하는 진정한 필름메이커이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도 모를 지점은 이 창작자들은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개발하는 동시에 영화의 미학(aesthetics, 우리가 보는 것)이 항상 윤리(ethics, 제작 방식)와 함께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영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가라는 점이다. 언뜻 이것이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영화계 나아가 예술계 전반이 잊고 있는 부분으로 보이기에 이들이 고수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영화의 스타일과 제작 방식, 그들의 생각이 모두 그들의 삶으로 연결되는 지점은 존경스럽다.
영화제 초기부터 제작 투자를 하는 독특한 모델을 제시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이번 특별전을 통해 독립영화의 창의적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한다. 이곳에서 소개한 영화들이 우리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영화계가 마주하고 있는 많은 문제에 관해 대안을 보여준다. 따라서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할 뿐 아니라 영화에 삶을 바치려 하는 젊은이들에게 산업과 주류 영화계가 제시하는 것 너머에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이 특별전이 영화 제작에 관한 고민뿐 아니라, 영화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질문, 나아가 영화 산업의 윤리와 미학에 관한 확장된 논의를 이끌어 내기를 기대한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곳에서 소개하는 제작진의 인터뷰가 출판될 예정이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