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필전주 섹션은 영화적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네필들이 모이는 재회의 장이다. 고전영화, 역사와 장르, 창작자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교차하는 프로그램으로, 1980~2010년대 미국영화 속에서 비디오 대여점이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다룬 에세이필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필모그래피가 중단된 작가 감독들의 영화까지 영화 역사의 부분들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작품을 초청했다.
올해는 다양한 기관, 전문가 들과의 협력을 통해 독특한 큐레이션이 되도록 공을 들였다. 먼저 브라질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Cinemateca Capitólio)에서 레오나르두 봄핑(Leonardo Bomfim) 프로그래머의 주도로 복원한 <하나는 적고 둘은 좋아>(1970)와 브라질의 유명 가수 카에타누 벨로주가 잠시 출연하는 <새로운 물결>(1983)의 상영은 잊혀진 브라질 시네마의 중요한 순간을 소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3년째 35mm 필름 상영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하버드필름아카이브의 헤이든 게스트(Haden Guest) 원장은 영화 속에서 동물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보여주는 영화를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전설적인 비평가 에이드리언 마틴(Adrian Martin)이 전주를 방문해 자신의 고향, 호주 영화의 비밀스러운 역사를 드러낼 것이다. 레오나르두 봄핑, 헤이든 게스트, 에이드리언 마틴은 영화 상영 후 강연을 통해 관객과 ‘영화로의 여행'을 할 것이다.
영화감독 중에는 시네필이 많고 앨릭스 로스 페리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신작 <비디오헤븐>에서 80~90년대 미국 영화를 통해 비디오 대여점의 흥망성쇠와 미디어의 변화, 영화 역사에서 비디오 대여점이 보여진 방식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발표했다.
<하나는 적고 둘은 좋아>(1970)는 브라질 1세대 흑인 감독 중 한 명인 오딜롱 로페스의 대표작이다. 시네마테카 카피톨리우에서 4K로 복원한 이 영화는 1970년대 브라질 사회를 드러낸다. 새로운 인생을 꿈꾸던 이들, 아기의 출생을 앞둔 버스 운전사와 비루한 인생에 사랑을 찾은 흑인 남자에게 벌어진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새로운 물결>(1983)은 80년대 초반 브라질 사회에서 폭발하던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반영한 영화다. 여성 축구팀에 대한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체제과 규율, 지배 관습, 성 정체성에 대한 자유를 표출한다. 브라질 독재 정권에 저항한 재즈 음악의 대가 카에타누 벨로주의 짧지만 파격적인 출연도 상징적이다.
영국 영화감독 로비나 로즈가 지난 2025년 1월 타계했다. 그녀를 기리며 3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고 MoMA 콜렉션인 <야간 근무>(1981) 4K 복원작을 상영한다. 호텔에서 야간 근무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그곳에서 만난 손님들과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하룻밤을 묘사한다.
60년대 초기 이란의 선구적인 감독 포루그 파로흐자드(Forough Farrokhzad)에 이은 70년대 후반 마르바 나빌리의 출현은 가부장적 사회 구조로 인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한 이란 여성 감독들의 힘이 존재했음을 느끼게 한다. <봉인된 땅>(1977)은 사회에 만연해 표면화되지 않는 폭력성을 침묵으로 치환해 드러낸 한 편의 시다.
니키 드생팔은 시각예술가로 명성을 떨쳤으며 그림, 조각, 설치 등이 전 세계에서 소개됐다. 그러나 영상 작업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그녀의 유일한 장편영화 <밤보다 긴 꿈>(1976)을 공개한다. 창작자의 재능을 드러낼 뿐 아니라 영화 역사 속에서 독특하고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작품으로 복원판으로 상영한다.
<찰칵 소리와 함께한 시절>(1984)은 다큐멘터리 감독 레몽 드파르동이 사진가로서 활동했던 시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전적 전기 영화이다. 그의 과거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지의 사용과 중요성에 관한, 궁극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2025년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해방 80주년이다. 이 기념일을 맞이하여 40년 전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클로드 란즈만의 <쇼아>(1985, 566분) 복원판과 원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미지와 이야기를 담은 기욤 리보의 다큐멘터리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2025)를 함께 상영한다. 란즈만(1925~2018)은 올해로 100세가 되었으며 그의 불멸의 걸작은 다시 한번 “과거를 잊은 사람은 역사를 반복하기 마련이다”라는 조지 산타야나의 말을 여전히 입증한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