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론트라인은 도발적이고, 독립적이며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보여주는 섹션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분쟁과 갈등, 차별과 증오 속에, 여러 나라에서 우리가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특히 올해는 정치, 사회, 종교적인 이유로 고통받은 여성들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고, 그 작품들을 포함한 열 편의 작품들이 상영된다.
팔레스타인의 여러 연출자들이 만든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점점 더 처참해지고 있는 가자 지구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22편의 숏폼을 모은 작품이다. 또한 아리브 주아이테르 감독의 <폐허에서 파쿠르>는 황폐한 가자 지구의 건물들 잔해에서 유일한 취미인 파쿠르를 하는 팔레스타인 청소년들에 대한 씁쓸한 보고서이다. 한편 팔레스타인 출신 마흐디 플레이펠의 극영화 데뷔작 <낯선 곳을 향해>는 그리스에서 독일로 가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난민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범법행위들을 보여주며 이들이 처한 상황과 딜레마를 보여준다.
아프카니스탄 출신 나지바 누리 감독의 <하와의 첫 문장>은 쉰두 살이 되어서야 글쓰기와 읽기를 배운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으며 살아온 그녀의 어머니는 문맹을 벗어난 뒤 사업을 시작했고, 학대받던 손녀를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2021년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억압받는 여성의 이야기는 알리 사마디 아하디 감독의 극영화 <7일간의 외출>에서도 이어진다. 6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내다가 7일간 의료 휴가를 받은 이란의 인권운동가 마리암은 튀르키예 국경지대에서 이미 독일로 망명한 남편과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자유를 향해 떠나는 것과 평등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위해 다시 감옥으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역시 이란 출신 닐루파르 타기자데 감독의 <돌아온 구구시>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란을 대표하는 팝스타였던 가수 구구시를 소환한다. 그녀는 호메이니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서 20년 동안 가택 연금을 당했지만, 조국을 떠난 뒤 다시 마이크 앞에 서서 열정을 불태우며 이란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에밀리 므크르티치안 감독의 <사라진 공화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젠 사이에 벌어진 영토분쟁으로 인해 아제르바이젠으로 흡수된 아르차흐 공화국(Republic of Artsakh)의 네 여성의 투쟁기이며, 프리실라 파디야 감독의 <새로운 여명: 콜롬비아의 여성 게릴라들>은 콜롬비아 반군에 가담하여 남성과 똑같은 게릴라 활동을 했던 여성들이, 정부와의 평화조약 이후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의 타티아나 마수 곤살레스 감독의 <모든 문명의 기록>은 아들이 경찰에 끌려가 실종된 사건을 겪은 어머니의 슬픔과 분노를 도발적인 이미지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프랑스 사회문제와 이민자 문제를 줄곧 다뤄온 프랑스의 다큐멘터리 감독 실뱅 조르주의 신작 <어두운 밤 - 센 강가의 아이들>이다. 파리 에펠탑 근처 센 강가에 모여 지내는 한 무리의 난민 청소년들을 관찰하며 이들의 비루하고 비극적인 삶을 영상에 담았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