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 섹션에서는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작품 중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국내외 다섯 명의 예심위원들의 예심을 거쳐 선정된 열 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특히 올해는 86개국에서 662편이 출품되어 출품국가가 전년 83개국에서 86개국으로 확대되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가 328편, 그중에서도 중국 작품이 91편으로 가장 많은 출품을 기록했다. 또한 다큐멘터리가 2년 연속 200편 넘게 출품된 점도 특이했는데, 그중에서도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가 많았다는 점은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제작환경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점에서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영상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창작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출품한 모든 감독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중국 출신 천더밍 감독의 <시인의 마음>은 중국 시골 마을의 한 소년이 시를 지으면서 삶을 꾸려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소년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이고,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일본 우와가와 히카루 감독의 <율리시스>는 등장인물들의 삶 속 미세한 디테일을 조용히 관찰하고 찬찬히 음미하는 작품이다. 한편 인도의 수헬 바네르지 감독의 <사이클 마헤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자전거를 타고 2천 킬로를 달려 고향 마을로 갔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골자로, 픽션과 논픽션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서술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데빈 시어스 감독의 캐나다 작품 <아기 천사>는 큰 체구를 지닌 주인공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며, 조엘 알폰소 바르가스 감독의 <갚아야 할 빚이 너무 많다>는 뉴욕 브롱스의 도미니카계 미국인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앙투안 베스가 연출한 <비상>은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통해 우정을 나누는 한 소년과 아웃사이더 청년의 따뜻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이자벨라 브루네커 감독의 데뷔작 <슈거랜드>는 자동차 내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미니멀한 스타일로 풀어내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현재 폴란드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유리 세마시코 감독의 <페도르 오제로프의 마지막 노래>는 무거운 현실을 초월하려는 창조적 세대의 초상을 밝고 순수한 톤으로 그려낸다.
아르헨티나의 마르틴 사피아 감독의 데뷔작 <그리고 안개>는 한 남자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려는 시도를 담아낸 감동적인 작품이며,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알바라도 호다르와 콘차 바르케로 아르테스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저항의 기록>은 1980년, 단 한 편의 다큐멘터리 <로시오 Rocío>를 만들었지만 스페인의 정치 상황 때문에 검열과 압수라는 수난을 겪고, 결국 포르투갈로 이주한 페르난도 루이스 바르가라 감독의 미완성 프로젝트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해석하면서 재구성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이다. (전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