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 같은 탈북자 친구들이 있지만 게이 정체성을 꽁꽁 숨기고 사느라 외로움을 느끼던 탈북청년 철준, 난생 처음으로 용기를 내 남한 게이 커뮤니티에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술번개에서 만난 동네 친구 영준의 도움으로 빠르게 게이 커뮤니티에 적응하게 되는 철준. 하지만 작은 사소한 오해 하나가 관계망에 균열을 일으키며, 철준이 애정을 쏟아온 공동체를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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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탈북자에 관한 영화는 많았지만 탈북한 동성애자를 내세운 영화는 흔치 않았던 것 같다. <3670>의 주인공 철준은 북에 있을 때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 정도만 느끼다가 남에 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 경우다. 편견이 일상인 한국 사회를 고려할 때 누구라도 이런 설정을 듣고나면 아웃사이더 중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청년의 수난기를 떠올릴 터. 하지만 97년생 Z세대 탈북 게이 이야기라 그런지, 이 영화는 사회적 억압이나 차별보다는 철준이 속한 두 개의 커뮤니티, 즉 탈북자 모임과 새롭게 참여하게 된 게이 모임 사이만을 주로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철준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탈북자 모임에서 빠져나와 게이 커뮤니티, 특히 97년생 게이 모임을 진정한 준거집단으로 삼고 싶어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3670>은 이러한 이야기 흐름 안에 탈북자들과 동성애 커뮤니티의 세세한 일상을 새겨넣으며, 커뮤니티와 개인들의 상호 충돌을 멜로드라마 감성으로 빚어낸다. 주인공 철준을 연기하는 조유현과 상대역 영준의 김현목의 연기 호흡도 뛰어나다. 만일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sokodomo가 부른 '회전목마'의 “빙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같은 구절을 저도 몰래 흥얼거리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철준의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 건지도 모른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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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PARK Joonho